서울에 번듯한 아파트 한 채만 갖고 있어도 밤잠을 설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예전에는 자산가들만의 고민이었던 증여세나 상속세가 이제는 평범한 이웃들의 현실적인 고민거리로 다가왔기 때문입니다.

“이 집을 자식한테 미리 넘겨주는 게 나을까, 아니면 나중에 물려주는 게 나을까?” 하는 질문은 중개업소 현장에서도 거의 매일 듣는 단골 질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세법 책을 펼쳐보면 복잡한 용어와 빽빽한 숫자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머리가 지끈거립니다. 그래서 20년 넘게 서울 상업용 부동산 현장에서 다양한 분들의 자산 이전을 도왔던 경험을 바탕으로, 꼭 알아야 할 핵심만 추려 아주 쉽게 풀어보려 합니다.


1. 살아있을 때 주느냐, 사후에 주느냐의 차이

본격적인 비교에 앞서 개념부터 명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아주 단순하게 보면, 주는 사람이 살아있을 때 넘겨주면 증여이고, 세상을 떠난 뒤에 법적 절차를 거쳐 넘겨주면 상속입니다. 대가 없이 재산이 넘어간다는 본질은 같지만, 세금을 매기는 방식은 완전히 딴판입니다.

상담을 하다 보면 이 세금 계산 방식을 혼동하셔서 엉뚱한 계획을 세우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증여세는 쉽게 말해 ‘각자 받아 간 몫’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취득세 구조를 가집니다. 반면 상속세는 세상을 떠난 피상속인이 남긴 ‘재산 전체’를 커다란 한 덩어리로 보고 세금을 먼저 계산하는 유산세 방식을 취하죠.

이 차이가 왜 중요할까요? 자녀가 여러 명일 때 절세 전략의 판도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입니다. 증여는 아이들에게 조금씩 쪼개어 나눠줄수록 세율 구간이 낮아져서 유리해지는 면이 있는 반면, 상속은 아무리 여러 자녀에게 쪼개어 나누더라도 돌아가신 분이 남긴 총재산 전체에 대해 세금을 매긴 뒤 각자 지분만큼 나눠 내는 식이라 누진세율을 피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2. 같은 세율표를 쓰지만, 완전히 다른 공제 한도

두 세금은 놀랍게도 동일한 세율 테이블을 공유합니다. 아래 표에서 보시는 것처럼 최저 10%에서 최고 50%까지 올라가는 초과누진세율 구조를 갖고 있죠.

대한민국 증여세 및 상속세 기본 세율표

과세표준 구간기본 세율누진공제액
1억 원 이하10%없음
1억 원 초과 ~ 5억 원 이하20%1,000만 원
5억 원 초과 ~ 10억 원 이하30%6,000만 원
10억 원 초과 ~ 30억 원 이하40%1억 6,000만 원
30억 원 초과50%4억 6,000만 원

세율은 똑같지만, 실제로 우리가 지갑에서 꺼내야 할 세금을 결정짓는 건 바로 공제 한도입니다. 여기서부터 증여와 상속 중 어느 길로 가야 할지 첫 번째 갈림길이 나옵니다.

우선 증여는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53조에 따라 누구에게 주느냐에 따라 공제액이 달라지며, 이는 10년 동안 누적해서 합산됩니다. 배우자에게 줄 때는 6억 원까지 세금이 없고, 부모가 자녀에게 줄 때는 5,000만 원(미성년자라면 2,000만 원)이 기준입니다. 자녀가 부모에게 줄 때도 5,000만 원이며, 형제나 자매 같은 기타 친족은 1,000만 원까지만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습니다.

반면 상속세는 남겨진 유가족의 생계를 보호해야 하기에 공제 혜택이 훨씬 널찍합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20조와 제21조 등에 따른 대표적인 공제들을 살펴보면, 기본적으로 2억 원을 깎아주는 기초공제가 있고 자녀 1인당 5,000만 원의 인적공제도 있습니다. 하지만 실무에서는 복잡하게 계산하는 대신 그냥 5억 원을 한 번에 깎아주는 일괄공제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에 배우자가 살아계신다면 최소 5억 원에서 최대 30억 원까지 배우자 공제가 추가됩니다. 즉, 배우자와 자녀가 모두 살아있다면 기본적으로 최소 10억 원이라는 든든한 방어막을 확보하고 시작하는 셈입니다.

현장에서 피부로 느끼는 팁을 하나 드리자면, 부모님 중 한 분이 돌아가셨을 때 남겨진 재산이 10억 원 이하라면 상속세는 한 푼도 나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살아생전에 미리 자녀 한 명에게 주려고 하면 어떨까요? 겨우 5,000만 원만 공제되고 나머지 9억 5,000만 원에 대해서는 어마어마한 증여세 고지서를 받아 들게 됩니다. 자산의 전체 규모가 이러한 공제 한도 안에 들어온다면, 굳이 서둘러 증여하기보다는 나중에 상속으로 넘기는 것이 백번 유리합니다.


3. 세무서가 바라보는 부동산의 진짜 몸값

부동산 세금을 다룰 때 가장 뼈아픈 실수가 터지는 지점이 바로 부동산의 가치를 얼마로 매길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세법은 기본적으로 시가 평가를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60조).

여기서 말하는 시가란 단순히 내가 팔고 싶은 가격이 아니라, 평가 기간 안에 실제로 거래된 매매가격이나 둘 이상의 공인된 기관이 평가한 감정평가액의 평균치, 혹은 평형과 위치가 비슷한 이웃 부동산의 실제 거래 가격(매매사례가액)을 뜻합니다. 이러한 시가를 도저히 알아낼 수 없을 때 비로소 예외적으로 정부가 매년 고시하는 공시가격(기준시가)을 기준으로 삼게 됩니다.

일전에 마포에 아파트를 가지고 계시던 분의 사례가 떠오릅니다. 자녀에게 아파트를 증여하면서 인터넷에서 조회한 공시가격인 6억 원을 기준으로 성실히 세금을 신고하셨습니다. 그런데 몇 달 뒤 세무서에서 날벼락 같은 추징 고지서가 날아왔습니다. 세무서에서 증여일 앞뒤로 3개월 안에 옆 동의 똑같은 평형이 10억 원에 거래된 기록을 찾아내 이를 시가로 적용해 세금을 다시 계산했기 때문입니다. 아파트처럼 단지 내 거래가 빈번한 곳은 공시가격이 아니라 실거래 시가로 두들겨 맞을 확률이 거의 100%에 가깝다는 점을 꼭 기억하셔야 합니다.

반면 꼬마빌딩이나 상가 같은 비주거용 부동산은 비교할 만한 거래 사례가 흔치 않아 예전에는 공시지가를 활용해 쏠쏠한 절세 효과를 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요즘 국세청은 영리해졌습니다. 시가와 공시가격의 차이가 큰 꼬마빌딩에 대해서는 국세청이 직접 감정평가를 의뢰해 세금을 매기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이런 부동산을 넘길 때는 사전에 전문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미리 탁상감정이라도 받아보는 것이 안전한 길입니다.


4. 실무 현장에서 목격한 눈물겨운 실수들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 쓰면 독이 됩니다. 제가 현장에서 안타깝게 지켜봤던 대표적인 실수 두 가지를 소개해 드립니다.

첫 번째는 부담부증여라는 달콤한 덫에 걸린 경우입니다.

부담부증여는 부동산을 넘겨주면서 그 집에 묶여 있는 담보대출이나 전세 보증금 같은 채무까지 자녀에게 함께 떠넘기는 방식입니다. 자녀가 갚아야 할 빚만큼은 증여 재산에서 빠지니 당장 눈앞의 증여세는 줄어듭니다. 하지만 여기서 놓쳐서는 안 될 핵심이 있습니다. 부모가 자녀에게 빚을 넘긴 것을 세법에서는 ‘자산을 대가로 판 것’으로 보아 부모에게 양도소득세를 매깁니다.

예전에 만났던 한 자산가는 서울 조정대상지역에 집을 여러 채 가진 다주택자였습니다. 단순히 증여세를 아끼겠다는 마음에 보증금 7억 원이 낀 아파트를 부담부증여하셨죠. 증여세는 조금 굳었을지 몰라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세율이 매섭게 적용되면서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양도세 폭탄을 맞고 땅을 치며 후회하셨습니다.

두 번째는 돌아가시기 직전에 서둘러 증여하는 악수입니다.

몸이 편치 않아지시자 상속세를 줄여보겠다고 급하게 자녀들에게 재산을 넘겨주는 모습을 종종 봅니다. 하지만 세법은 그리 허술하지 않습니다. 피상속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10년 이내에 상속인(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한 재산은 상속이 개시되는 순간 다시 상속재산에 합산하여 세금을 계산합니다(상속인이 아닌 사위나 며느리, 손자녀에게 준 경우는 5년 기준).

결국 임종을 앞둔 급박한 증여는 세금을 줄이는 데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예전에 낸 증여세와 상속세를 다시 정산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만 남기게 됩니다. 증여는 최소한 10년 뒤를 내다보고 긴 호흡으로 꼼꼼히 준비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5. 우리 가족에게 맞는 최적의 절세 길찾기

그렇다면 우리 집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요? 아래 질문을 따라가며 차근차근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우선 보유한 총재산이 10억 원 이하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무리하게 미리 증여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배우자가 계신 상황이라면 상속세 공제 범위 안이라 세금이 안 나올 확률이 높으니, 편안하게 상속으로 진행하는 편이 낫습니다. 하지만 재산 규모가 그 이상이라면 다음 단계의 고민이 필요합니다.

다음으로 물려줄 부동산이 앞으로 크게 오를 곳인가요? 개발 호재가 있거나 입지가 좋아서 향후 가치가 급상승할 것이 확실하다면, 하루라도 빨리 지금 가격으로 증여하는 것이 현명합니다. 미래에 불어날 자산 가치에 대한 세금을 현재 시점에서 묶어두는 효과가 있으니까요.

세 번째로 부모님이 앞으로 10년 이상 건강하게 곁에 계셔줄 수 있나요? 건강과 연령을 고려했을 때 시간적 여유가 충분하다면 사전증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해 볼 만합니다. 10년 주기로 리셋되는 증여재산공제를 알차게 활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부동산에 낀 대출이나 보증금을 넘겨받을 자녀의 소득이 확실한가요? 부담부증여를 고민 중이라면 자녀가 그 빚을 갚아나갈 능력이 있다는 것을 세무서에 증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소득이 없는 자녀에게 무턱대고 빚을 넘겼다간 나중에 세무조사를 통해 세금 폭탄을 맞을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합니다.


6. 많은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단골 질문들

Q1. 자녀를 건너뛰고 손자녀에게 바로 주면 세금이 줄어드나요?

흔히 세대생략증여라고 부르는 방법입니다. 자녀를 거쳐 손자녀로 가면 세금을 두 번 내야 하지만, 손자녀에게 바로 주면 한 번으로 끝나니 솔깃해 보입니다. 다만 세법에서도 이를 알고 있어서 할증 세금을 붙입니다. 원래 내야 할 세금의 30%(손자녀가 미성년자이고 증여 재산이 20억 원을 넘으면 40%)를 더 얹어서 내야 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오르는 시기에는 이 할증세를 감수하더라도 손자녀에게 곧바로 넘기는 것이 장기적으로 집안 전체의 세금을 아끼는 신의 한 수가 되기도 합니다.

Q2. 당장 세금 낼 현금이 부족한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부동산은 덩치가 크다 보니 세금을 낼 현금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는 세법에서 지원하는 나누어 내기 제도를 활용해야 합니다. 납부할 세금이 1,000만 원을 넘으면 2개월 안에 쪼개어 내는 분납이 가능하고, 세금이 2,000만 원을 초과하면 담보를 맡기고 몇 년에 걸쳐 나누어 내는 연부연납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